다레다레와 법원.

다레네 집에서 한 3~5분 정도 걷다보면 법원이 나옵니다. 꽤 가까운 곳에 있어요.

재판 방청을 하려면 그냥 법정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최근에 알았답니다.
하지만 직접 법정에 들어가기 전 까지는 '뭔가 신청서같은걸 쓰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아', '신분증 들고가야하나-_-;;' 같은걸 생각했었지요.

원래는 최근에 언론에서 좀 난리가 났던 사건을 다레네 집 근처 법원에서 관할하며, 그 사건에 대한 선고가 오늘 이루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가볼까 말까. 근데 어떻게 가는거지-_-;;;' 하고 고민하고 있었답니다.
'선고'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법원과 재판은 저에게 있어 '역전재판'의 이미지가 상당하게 남아있어서 그런가, 왠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다가 저도 할 일이 있으니ㅜ_ㅜ 이를 어쩐담...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냥 법원 근처에서 적당히 알짱대며 분위기나 둘러보고올까 하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나 열리는 법원의 자동문을 보고 '그러고보니 이사온게 몇개월짼데 저 안을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구만' 하고 생각했었지요.
그 생각 이후로는 모든게 일사천리였습니다. 방청이란게 그렇게 까다롭지가 않더라구요.
법정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한 다음에 법정 문을 열고 들어가면 끝이었어요.

법정 앞에는 오늘 선고 및 재판 예정인 사건들과 피고인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게 10분단위 스케쥴인데다가 A4용지를 한가득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많은 사건이 적혀있더라구요.
처음엔 그걸 보고 '응?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걸까-_-;;' 하고 생각했는데, 매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법원에서는 하루에 많은 사건들이 정리되고 있더라구요.

마침 제가 들어갔을 때에는 형량이 선고되던 참이었습니다.
꽤나 떠들썩했던 사건이니 방청석은 다 찼고 입구 앞까지 사람들이 서있던데, 제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은 아마 기자들이었던건지 다들 메모장에 펜으로 열심히 내용을 눌러쓰고 계시더라구요.
경악스러웠던 범죄의 내용때문에 언론에서 난리가 났던 그 피고인은 연두색 수의를 입은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신체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정말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그런 여성.

이 피고인의 선고가 끝나니까 기자들이 우루루 빠져나가더라구요.
전 법원에 처음 들어와본 김에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갈까 싶어서 다른 선고를 하나 더 보기로 했어요.
집안 친족이 어린 아이를 강제로 추행하고 같은 식구를 식칼로 협박한 그런 사건의 피고인에게 형량을 선고하는데, 그 피고인도 역시 그냥 평범한 아저씨로만 보여서 더 놀랐어요.
이땐 방청석에 앉아서 봤는데 제 옆에 앉으신 분이 그 피고인의 가족인건지(어쩌면 피해자의 가족일지도 모르겠네요) 선고가 끝나니까 머리를 짚고 살짝 흐느끼시더라구요.
뭐랄까... '범죄자도 보통 인간이라구요!' 이라고 말하거나 두둔하려는건 아니에요. 그냥 이런것을 오늘 처음봐서 그래요...
법원에서 나오니까 그 시끌벅적했던 사건 관련 후속보도에 쓸 그림을 찍는 모양인지 방송국의 카메라가 몇 대 있더라구요.

제가 지나다니면서 느낀 바로는, 법원은 재판의 진행과 등기, 법률관련 민원서비스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전시회와 음악감상회 등의 이벤트를 자주 개최해서 '생각보다 열린 공간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가본건 오늘이 처음이네요.
내부에는 법정이라던가 민원동, 등기과 뿐만 아니라 지법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있는 전시공간과 지역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을 많이 전시해둬서 법원이기도 하지만 마치 미술관같기도 하고 뭔가 휴게공간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뭐랄까,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걸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무니께서는 '경매라던가 그런건 알아두면 좋고, 기왕이면 집도 가까우니까 시간 빌때 자주 가서 재판방청을 많이해보렴' 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해보는 것도 좋겠네요.